차 한대 값 트레일러…"난, 두 딸과의 행복을 샀다"

입력 2022-07-07 17:09   수정 2022-07-08 02:04


나는 자타공인 딸바보다. 어린 두 딸을 둔 아빠에게 캠핑카는 늘 로망이었다. 캠핑장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게 있다. 집을 떠나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여름엔 냇가에서 수영하고, 쌀쌀할 땐 모닥불에 불을 붙인다. 캠핑을 오래 고민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선배 캠퍼들의 끔찍한 충고 때문이다. “야, 이제 방 한 칸이 다 장비로 가득 차게 될 거야.”

혼자 캠핑 장비를 다 날라야 하는 ‘고생길’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쑤셨다. 그러다 캐러밴이 눈에 들어왔다. 캐러밴을 몰기 위해 특수 견인면허를 땄다. 막상 알아보니 캐러밴은 높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. 그러다 찾은 것이 텐트 트레일러. 아파트에 추가 차량 등록을 하고 주차장에 댈 수 있었다. 중형 승용차로도 부담 없이 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. 중고시장에 되팔 것을 고려해 잘 팔리는 모델을 골랐다. 언젠가 딸이 커서 “이제 캠핑 그만 다닐래”라고 선언하는 때가 반드시 올 테니.

지난 3월 말 고심 끝에 ‘신화’ 브랜드의 TTR-7 모델을 샀다. 뚜껑 양쪽을 모두 열면 텐트가 팝업으로 나오는 ‘투폴딩’ 방식으로 전시된 모델 중 실내공간이 가장 넓었다. 펼치면 성인 6명이 거뜬히 자고도 남을 공간이 나왔다. 4인 가족에 가끔 부모님을 모시고 갈 경우도 고려했다. 가격은 2000만원 남짓. 에어컨과 기름을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를 옵션으로 장착했다. 전기장판, 실내 조명은 기본 장착돼 있었다. 아내가 도와주면 30분 정도에 텐트를 펼치고 장비를 꺼내는 것이 가능했다.

다만 몇 번의 캠핑에도 견인운전은 조심스럽다. 난코스는 코너링과 후진이다. 좌회전, 우회전할 때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사이드미러를 철저히 예의주시해야 했다. 후진은 더 어렵다. 핸들의 방향을 아무리 정위치에 둬도 트레일러가 비뚤게 후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. 그래서 보통 견인을 해제하고 나서 표면이 매끄러운 주차장에선 손으로 트레일러를 밀고, 잘 밀리지 않는 캠핑장 파쇄석 바닥에서는 ‘전동 무버’를 활용해 조정했다.

텐트 트레일러를 사는 사람은 대부분 나와 같은 3~4인 가족이라고 한다. 코로나 팬데믹에 비슷한 결심을 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. 신화트레일러 일산 대리점 오이캠핑의 심우성 매니저는 “구매자의 90% 이상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족 고객”이라며 “2년간 500호 정도 출고했다”고 했다. 소형차 한 대 값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히 기억에 남을 행복을 사는 일. 이 행복을 유예하고 싶은 내 마음을 딸들은 알까.

박종필 기자 jp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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